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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일의 하키야사> 중랑천 스케이트장은 어디로 가고... 55. 알래스카의 추억
윈터뉴스코리아 | 승인 2015.05.31 15:44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일일 것이다. 국가대표팀 감독, 코치로 십수년을 보낸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가끔씩 그 때의 일들을 회상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는 그만큼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다.  

80년대 중반으로 기억된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 전지훈련을 위해 알래스카를 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 조무성회장이 대표팀 전지훈련을 참관하기 위해 직접 선수단을 인솔했다.  

그 때만 해도 한국의 아이스하키팀들은 미국 본토보다 가까운 알래스카 쪽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그래서 알래스카대학과 친선게임을 하기위해 앵커리지에서 페어뱅크까지 소형 비행기로 이동했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기는 급강하를 수차례 반복했다. 사고라도 날 것 같은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겁에 질려 떨었다. 약 50여 분간 공포의 비행(?) 끝에 도착한 페어뱅크 아이스하키장은 깊은 산속에 있었다.

불빛 하나 없는 산속에 아이스링크가 덜렁 하나 있었는데 안내를 했던 미국인은 라커에 짐을 풀고 기다리라고 해 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가 주고 간 햄버거를 먹으면서 우리는 몇시간 동안 추운 라커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려야 했다. 너무나 추워 손을 말리는 온풍기 히터 스위치를 계속 누르면서 시간을 보냈다. 시차 때문에 졸다가 깨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밖을 보니 5~6세 어린이들이 아이스링크로 몰려 왔다.  

2백명 정도는 돼 보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이 달리 아이스하키 강국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실감했다.  

후배인 김성구가 한국 심판으로 동행했다. 연습경기를 하는데 김성구는 계속 한국팀 반칙을 불어댔다. 그러자 조이사장은 "김프리, 호각 한 번 부는데 얼마씩 받기로 했나?"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나는 훈련 때 선수들에게 퍽을 쳐다보지 말고 머리를 들고 하라는 지시를 했다. 그런데 막내였던 이영환(고대)은 내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지 못해 나를 냅다 들이 받았다. 무방비상태였던 나는 영환이의 스케이트 날에 엄지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세바늘이나 꿰메야 했다. 지금도 내 손에 남아 있는 흉터가 바로 그것이다. 알래스카 현지 신문에도 났다. 

사슴피도 그 때 처음 먹어 봤다. 임택근 전 MBC아나운서의 동생인 임양근씨가 알래스카에 살았다.그는 우리 대표팀 임원들에게 사슴 피를 가져다 줬다. 사슴의 피를 술에 타서 만든 '녹혈주'라는 것도 마실 기회가 있었다. 조무성 회장 등 우리 일행은 숙소로 돌아와 슈퍼마켓에서 파는 찐 바닷가재를 사다가 실컷 먹었던 기억이 난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고충도 있었다. 호텔 투숙객들은 밤에 TV를 통해 성인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 때만해도 성인영화가 신기했던 선수들은 TV앞으로 몰려들었다. 고민 끝에 성인영화를 방영하는 시간에는 감독방으로 모이도록 해서 정신교육을 했다.

나도 인간인 이상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지도자의 입장에서 성인영화는 달갑지 않았다. 지금이야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성인영화를 보는 세상이 됐으니 지도자 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윈터뉴스코리아  webmaster@winter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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