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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포에버’의 잊지 못할 일본에서의 2박 3일
박상혁 기자 | 승인 2016.11.21 14:29

[윈터뉴스/더 바스켓] “우리들은 강하다. 그리고 슬램덩크는 영원하다!”

만화 슬램덩크를 알고 있는가? 혹은 기억하고 있는가? 일본에서 발행된 슬램덩크는 농구 만화의 효시이자 바이블로 불리며 일본과 아시아 및 전 세계로 번역돼 선풍적으로 인기를 끈 만화다. 이 슬램덩크의 완간 20주년을 맞아 국내 슬램덩크 덕후들이 대형사고(?)를 쳤다. 이 만화의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를 직접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고 덥석 일본을 찾아간 것. ‘슬램덩크 포에버(#SLAMDUNK_FOREVER)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들의 무모한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40대 피터팬’ 서대웅 이사, 발칙한 꿈을 꾸다

이번 슬램덩크 포에버를 기획하고 시작한 이는 쉐어앤케어의 서대웅 이사다. 그는 소위 잘 나가는 엘리트다.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유명 광고회사와 게임 회사, 브랜드컨설팅사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경험을 쌓으면서 회사를 착실히 다니기 마련이지만 그는 달랐다. 그의 저서 ‘컨셉흥신소’에 나오는 돌소장처럼 몸 속에서 넘쳐나는 에너지와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 따분한 조직 생활도 맞지 않았다. 남들이 생각 못하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과감히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본인 스스로도 ‘철 들고 싶지 않은 40대’라고 말하고 다니는 그는 영락없는 현대판 피터팬이다. 

어쨌든 이런 피터팬의 머릿속에서 이번 기획이 번뜩였다. 농구 규칙은 잘 몰라도 슬램덩크 만화는 성애자 수준으로 읽고 항상 생각해왔던 그다. 저서 속 인물도 변덕규와 권준호 등 슬램덩크 인물로 설정했을 정도다. 그러다 올해가 슬램덩크 완간 20주년이라는 사실을 알고 의미 있는 덕후질(?)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의 주변인들이 하나둘씩 그의 설득과 강압(?)에 포섭되기 시작했다. 

슬램덩크를 보고 만화가의 꿈을 가졌던 대기업 디자이너, 3년전 이노우에 작가와 전시를 준비하다가 무산되었던 전시기획자, 전직 아나운서 등이 그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 권은정 씨와 다문화 농구팀 글로벌 프렌즈의 천수길 감독도 어느새 이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이 좋은 기회를 여러 사람에게도 나눠주고자 10월 11일부터 31일까지 SNS상에서 ‘이노우에 만나러 일본 같이 갈 사람’이라는 글로 사람들을 모집했다. 

자발적인 이 버킷리스트 수행 프로젝트에 일반인들의 관심도 폭발적이었다.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펀딩을 진행한 결과 20일 만에 1천만원을 모았다. 학창 시절 슬램덩크를 읽고 즐겼던 30~40대들이 가장 높은 반응을 보였고 최근에 읽기 시작했다는 10대도 있었다. 이들 슬램덩크 마니아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 디자이너는 이노우에 작가에게 줄 수제 가방을 손수 만들었고 판넬에 그림까지 그려서 보내왔다. 프리랜서 PD는 이노우에를 초청하는 영상 메시지를 만들어줬다. 이밖에 각자의 슬램덩크와 관련된 사연을 보낸 엽서와 손편지, 그리고 사진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

이런 과정 속에 일본행 비행기를 탄 것은 총 15명이다. 첫 기획 단계에서부터 구체적 준비에 참여한 10명의 인원 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해 5명이 추가됐다. 슬램덩크라는 공동 주제로 만났지만 재밌는 사연이 많다.

이은지 씨는 현재는 ‘Years Ago’라는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 겸 사장님이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슬램덩크를 좋아하는 덕후라 이번 기획에 참가했다고. 이노우에를 위한 수제가방과 판넬의 여러 그림들, 그리고 손그림이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이준형 PD는 9년 전에 능남고의 배경이기도 한 가마쿠라 고교를 친구와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우연찮게도 이번 일반인 참가자로 뽑힌 사람 중에 그때 같이 간 친구 송해원 씨가 포함됐다. 여자친구가 아닌 남자친구라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9년 만의 동행인 셈. 참고로 송해원 씨는 관광경영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으로 일본어를 구사하는 등 여러 가지 재능으로 여성 참가자들의 인기와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일반인 참가자 중에 뽑힌 20살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어머니 덕분에 이번 여행에 포함된 케이스다. 공정한 선발로 50대 여성 분이 뽑히게 됐고 당사자가 자기는 가기 힘들 것 같으니 딸이 가면 안 되겠냐는 의사를 전해와 동행하게 됐다고. 이밖에 실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모 콘텐츠 회사 임원도 펀딩에 참가를 하고 추첨 끝에 동행했다. 

가자! 이노우에를 만나러 일본으로 

모든 준비가 끝나고 슬램덩크 포에버 인원들은 11월 11일 오전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첫날은 일본 적응이 우선이었다. 많은 인원들이 패키지 투어가 아닌 자유여행으로 움직이다 보니 지하철이나 버스 하나는 타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일행 중 일본에서 살았고 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이유로 가이드 역할을 맡았던 심태보 씨에게는 큰 시련의 시작점과도 같았다. 

인원을 나눠 서대웅 이사를 비롯한 몇명은 이노우에측 관계자를 만났고 나머지 일행은 도쿄타워를 가고 신주쿠 등지를 거닌 뒤 모두 모여 숙소인 요코하마로 향했다. 요코하마역에 도착한 게 늦은 저녁. 하지만 초행인지라 도심지에서 숙소를 찾아가는 길을 여러 차례 놓쳤고, 기나긴 여정에 따른 배고픔과 피곤에 지친 멤버들의 원성이 심태보 씨에게 쏟아졌다. 급기야 말로 끝나지 않고 한 여성 참가자에게 이단 옆차기까지 당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어렵사리 찾아간 숙소에 짐을 풀고 첫날 저녁을 마치 마지막 날처럼 즐겼다고. 

이들의 본격적인 일정은 둘째날부터였다. 이들의 둘째날 첫 일정은 WJBL(일본여자농구리그) 경기 관전이었다. 마침 12일에 도쿄 미나토구 스포츠센터에서 WJBL 샹송 V-매직과 하네다 비키스의 경기가 열렸기 때문. 이 경기 관전은 권은정 감독의 주선으로 이뤄졌는데 샹송의 한국인 사령탑인 정해일 감독이 사정을 듣고 관전에 대한 배려를 해줬다.  

느낌만 채소연을 닮았다는 스토리젠터 겸 전직 아나운서 채자영 씨는 “일본 농구를 처음 보는 데 한국인 감독님이 계셔서 정말 열심히 응원을 했다. 그런데 하필 상대팀 응원석에서 응원을 해서 주위의 일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더라. 일행 중에 어떤 분은 일본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라면서 까마귀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웃음) 어쨌든 우리가 응원한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채자영 씨의 응원 덕분인지 아니면 까마귀 울음소리 때문인지 이날 경기에서 샹송은 하네다에 89-41의 대승을 거뒀다. 경기 후에는 정해일 감독과 인사도 나누고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이번 일본행의 하이라이트인 가마쿠라고교 방문이 있었다. 슬램덩크 팬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강백호와 서태웅이 농구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돼 가진 북산고와 능남고의 첫 연습경기. 그 경기를 위해 북산고 농구부가 탔던 전차가 에노덴이고, 능남고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가마쿠라 고교다. 만화에서처럼 실제로 학교와 가까운 곳에 가마쿠라고교앞역이 있고 역에서 학교로 이어지는 철길 건널목도 있다. 이노우에 역시 이곳을 실제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곳은 슬램덩크 외적으로도 일본 내에서 유명한 여행지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에노시마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농구팬이 아니더라도 일반 관광객들도 자주 찾아가는 코스. 이곳에서 슬램덩크 포에버 인원들은 강백호와 채소연이 걷던 철길 건널목을 걷기도 하고 눈앞에 펼쳐진 백사장과 바다를 보며, 가마쿠라 고교 정문 앞에서 단체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세계에서 온 자신들과 같은 슬램덩크 팬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채자영 씨는 “가마쿠라고교에 우리 같은 슬램덩크 팬들이 엄청 많아서 놀랐다. 사실 슬램덩크가 완간 20주년이 지난 만화인데 멀리 캐나다부터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까지 다양했다. 그중에 강백호의 북산고 10번 유니폼을 입고 온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슬램덩크 포에버 멤버들은 영어와 일어,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전 세계의 멤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고 ‘슬램덩크 포에버!!’라고 힘껏 외치기도 했다. 

이노우에 작가, 그리고 슬램덩크에게 고마워

일본, 그리고 슬램덩크의 매력을 느끼기에 2박 3일은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이들은 많은 즐거움을 얻고 왔다. 그리고 소득도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서대웅 이사는 “일본으로 출발하기 1주일 전, 이노우에 작가 쪽에서 연락이 왔다. 그쪽에 요청한 부분이 있어서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결국 일본에서 관계자를 만나서 선물을 전했다. 그 자리에서 관계자를 통해 이노우에 작가가 감사의 표시로 줬다는 친필사인을 받았다. 한 마디로 감동이었다. 또 어떻게 알았는지 인원수대로 줘서 그 배려에 또 한번 감동했다. 우리도 미리 준비한 손편지와 손그림, 영상편지를 담은 USB를 드렸고 또 답장도 달라고 했다. 서로 계속 답장을 주고 받다 보면 한국에 한번 오시지 않을까 한다.(웃음) 관계자와는 1시간 넘게 미팅을 했는데, 한국에 아직도 슬램덩크 팬들이 많은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등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마침 전날 가라오케에서 ‘판타스틱 베이비’를 불렀다는 얘기까지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미팅을 가졌다. 이노우에 작가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처음치고 좋은 스타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영상을 담당한 이준형 PD는 “사실 연기자가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촬영을 하는 것이라 어떻게 콘셉트를 잡아야 할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10명이 넘어가는 인원인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캐릭터가 모였다. 전직 농구선수, 아나운서, MC,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자이너 등 슬램덩크에 맞춰서 본인들의 성향과 색깔이 잘 맞물려졌다. 제작 인원이 적고 기간이 짧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멤버들의 진솔한 모습이 잘 담겨졌다. 향후 SNS를 통해 공개될 영상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개인적으로 촬영과 별개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 10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단체로 움직이는 건 거의 처음이지 않을까. 다시 하기는 힘든 여행이라고 생각된다. 첫날 다 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었는데 처음 모였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화기애애했고 2박 3일의 기간 동안 아무 사고 없이 지냈다. 이런 단합된 모습이 우리 슬램덩크 포에버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채자영 씨는 “평소 좋아하는 문구 중에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2박 3일간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머물고 싶은 것에 대해 온전히 할애한 것 같아 흡족한 마음이 든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많은 감정과 생각이 오버랩되고 가슴속에 차오르는 무언가가 있다. 또 가서 여러 나이대의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며 인연을 맺었는데 사실 언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겠나? 사회에서 일적으로 사람을 만나면 보이지 않는 벽과 편견이 생기는데 그런 것 없이 대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사람을 편하게 만난 게 언젠가 생각될 정도로 즐겁게 만난 것 같다. 너무 기쁘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일행의 가이드 역할을 했던 심태보 씨는 “첫날 저녁에 숙소를 찾아갈 때 ‘길 똑바로 찾아라’라는 핀잔을 들으며 엉덩이를 차이던 게 바로 어제 일 같다.(웃음) 모두가 성인이다보니 개인 행동도 하고 싶고 의견이 달라 그런 걸 조율하는 게 다소 애로사항이었지만 그래도 재밌던 시간이었다. 이런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 않나? 슬램덩크도 그렇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알게 되어 더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한 글로벌 프렌즈의 천수길 감독도 “어린 친구들과 같이 다니느라 힘든 점도 있었지만(웃음) 좋은 경험이었다. 농구선수를 했어도 이런 경험은 하기 힘들지 않나?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문화 농구대회 때 이노우에 작가를 초대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만남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서대웅 이사는 ‘슬램덩크 포에버’팀의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한 번으로 끝낼 거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 프로젝트를 처음 하기로 마음먹었던 2년전부터 결국 액션하게 된 모든 과정을 책으로 엮을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 천수길 감독과 함께 다문화 어린이 농구선수들을 위한 기부 농구대회를 개최할 것이며, 그 때 이노우에 작가를 한국에 꼭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모임도 계속해서 끌고 갈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이노우에 작가와의 연도 이어갈 생각이다. 우리는 이노우에 작가를 불편하게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슬램덩크에 그리고 이노우에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고 또 이것을 계기로 기부 행사 같은 여러 좋은 취지의 일들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슬램덩크 포에버 티저 영상 : https://youtu.be/e3Oj4ildBDE

박상혁 기자 jumper@thebasket.kr
사진 : 슬램덩크 포에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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