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을 움직인 인도네시아 축구계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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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을 움직인 인도네시아 축구계의 진심
  • 윈터뉴스코리아
  • 승인 2019.12.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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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신 감독은 앞으로 4년간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U-23),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모두 이끌 예정이다.

신태용 감독 “진정으로 나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과 U-23, U-20대표 모두 맡아
"U-20 월드컵,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챙길 정도"
코칭스태프 완료“베트남 박항서 감독과는 ‘윈윈’할 것”

신태용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후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계약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신태용 감독은 앞으로 4년 동안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U-23),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끈다. 출국 전까지 3년이 유력했던 계약기간은 4년으로 최종 확정됐다. 옵션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온전한 4년짜리 계약서다.

먼저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의 축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2021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개최한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성적에 신경을 쓸 정도로 벌써부터 준비에 분주하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살리기에 '올인'했던 한국과 흡사한 조건이다.

신태용 감독은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 통과 가능성이 있었으면 자국리그를 중단할 정도로 지원을 했을 것"이라는 신 감독은 "만일 (최종예선 지출이 유력한) 베트남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더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고 웃었다.

인도네시아의 비전과 의지를 전해들은 신 감독은 다른 좋은 조건들을 뿌리치고 인도네시아행을 최종 결정했다. 신 감독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하면 나쁘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젊은 선수들에게 신태용의 축구철학을 입히면 빠르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을 수락한 과정과 배경에 대해서도 신 감독이 직접 설명했다.

신태용 감독이 숱한 러브콜을 뿌리치고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축구 관계자들과의 '11월 말레이시아 회동'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 무박 3일 간 진행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인도네시아를 향한 신 감독의 의구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2018 러시아월드컵을 치른 뒤 현장을 떠난 신 감독은 올해 초부터 복수의 팀들로부터 제안들을 받았다. 중국의 한 클럽팀에서는 거절하기 힘든 거액까지 내밀었다.

인도네시아도 그 중 하나였다. 한국 각급 연령대별 대표팀을 통해 지도력을 입증한 신 감독을 향해 인도네시아는 오래 전부터 구애를 펼쳤다.

지난달에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원정 경기가 열린 말레이시아로 신 감독을 초청했다.

신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11월18일부터 무박 3일 일정이었다. 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장이 당선된 뒤 일주일도 안 된 시기였다. 협회장과 협회 간부는 물론 인도네시아 클럽 구단주들까지 말레이시아로 왔다. 환대를 해주면서 '꼭 맡아달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인도네시아측은 신 감독에게 A대표팀은 물론 U-23, U-20, U-17 대표팀을 모두 맡아달라고 했다. 사령탑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코 쉽게 건네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신 감독은 "그 때 '이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눈을 마주치면 알 수 있다. 이 사람들이 진정으로 나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뜻을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신 감독을 향한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장의 신뢰는 실로 대단했다. 대표팀 감독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충분한 훈련 기간 확보도 문제없다는 반응이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다 '오케이'였다. 내년 시즌에 어떻게 가겠다며 스케줄을 말해주니 '오케이'라더라.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월드컵에 나갈 때도 프로축구연맹과 일정을 조율했고, K리그 스케줄도 조정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내가 언제 소집해서 뭘 하겠다고 말하면 다 된다더라. 먼저 스케줄만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대교체를 하겠다고 말하니 '좋은 아이디어'라더라.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모든 것을 감독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했다"고 웃은 신 감독은 "성인 대표팀은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U-22 대표팀이 나선) 베트남과의 동남아시안(SEA)게임 결승전을 보니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신태용의 축구철학을 입히면 빠르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분류되는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를 원하고 있다. 3개 대표팀 지휘를 신 감독에게 일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2년 뒤 안방에서 치러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의 성공 의지가 각별하다.

신 감독은 "미팅을 해보니 U-20 월드컵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더라.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며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고 "월드컵 예선은 5전 전패로 어렵고, SEA게임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 돌아가자마자 20세 선수단을 어떻게 구성하고 훈련할지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직후 다시 현장을 책임지게 된 신 감독은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했다. "계약 전날 피곤해서 밤 11시에 잠들었는데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깊이 잤는데 생각이 많으니 일찍 깼다"면서도 "긴장 속 엔도르핀이 도는 것 같기도 하다. 뭔가 한다는 자체로 가슴이 벅차다"고 흥분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코치진 구성은 어느 정도 마쳤다. 한국에서는 김해운 골키퍼 코치, 공오균 코치, 이재홍 피지컬 코치가 합류한다. 당초 한국인 수비 코치를 한 명 더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마음을 바꿨다. 추가 한국 코치 대신 이달 초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과 SEA게임 결승을 치렀던 인드라 샤프리 감독이 '신태용 사단'에 힘을 보탠다. 

신 감독은 "모르는 문화권에서 우리끼리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쪽에서 유능한 지도자들을 붙여준다고 했고, 나도 슈틸리케 감독 때 경험을 해보니 경험이 축척됐다"면서 "현지 지도자들도 존중해주면서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나 포함 4명만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행을 택하면서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과의 비교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신 감독은 "많이 비교되겠지만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박 감독님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윈윈(WIN-WIN)할 부분을 만들 것"이라면서 "내가 박 감독님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고 (베트남의) 이영진 코치님도 잘 안다. 만약 내가 안 되면 도움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을 국내에서 보낸 뒤 내달 5일 인도네시아로 떠날 계획이다. 맘 편히 한국에서 생활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일정이 타이트하고 3개팀을 맡으니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한국에 올 시간이 없을 것"이라면서 "인도네시아가 현재는 실력이 떨어지지만 U-22와 U-19 대표팀은 괜찮다는 평가다. 한국인 특유의 근성을 접목시키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새 도전에 대한 설렘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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