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사망, 체육계 누구도 자유로울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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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사망, 체육계 누구도 자유로울수 없는 이유
  • 윈터뉴스코리아
  • 승인 2020.07.0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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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진=MBC 뉴스화면 캡처]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사진=MBC 뉴스화면 캡처]

감독과 선수 두 명에게 수년간 폭행, 욕설, 가혹행위 피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수사를 받으면서 계속 자리보전
지난해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안에도 책임 회피만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는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폭행과 욕설,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선수가 주위에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다. 모든 것을 체념한 최숙현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 세상을 떠났다.

최숙현은 세상을 떠나기 전 트라이애슬론 모 감독과 특정 선수 두 명에게 수년간 폭행, 욕설, 가혹행위 등을 당했다.

 '**년', '*년' 등의 욕설은 기본이었고, 여러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에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트라이애슬론은 체급 경기가 아님에도, 감독은 최숙현이 조금만 체중이 늘면 며칠씩 굶게 하는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최숙현이 생전에 기록한 녹취록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인격모독이 담겨있었다.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한 최숙현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등에 자신이 당한 일을 알렸다. 자신을 포함해 누구도 이런 일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또한 가해자의 반성과 처벌을 바랐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수사를 받으면서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안을 발표했다. 체육계의 만연한 악습을 뿌리 뽑겠다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성)폭력 등 피해 발생 시 가해자 분리(직무정지 등) 의무화, 비위 신고 시 처리기한 명시 등 가해자에 대한 징계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가해자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체육계는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최 선수가 세상에 혼자라고 느낀 후 스스로를 비관해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배제할 수 없다.

체육회는 이 사건을 최초 접수 받은 지난 4월8일 이후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건 접수 3달이 다 되가도록 뭐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8일 신고를 접수한 후 바로 조사에 착수했다"며 "폭력 사건이라 직권조사를 하면서 철인3종협회와 공조해서 자체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찰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이었고, 신고자의 진술만으로 가해자라고 지목되는 사람들에 대한 징계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자격정지를 할 수 있는 주체는 경주시청"이라며 "시청에서도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중이어서 증거가 부족했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녹취록이 뒤늦게 공개된 것도 최 선수의 억울한 사정을 세상에 알리고 이를 바로 잡는데 필요한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아쉬움을 더한다.

비상식적인 언동과 욕설, 가혹행위가 난무하는 녹취록이 세상이 조금 더 일찍 알려졌더라면 스포츠계에 만연한 인권 유린 사태에 여론이 들끓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결과적으로 3개월간 이 사건 처리에 넋놓고 있었고, 경북체육회는 환부를 드러내기보다 합의를 종용했다.

선수단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경주시청은 방관했다. 최 선수의 극단적 선택이 있고 나서야 가해자 3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체육회는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클린스포츠센터 및 경북체육회 등 관계기관의 감사와 조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사후약방문이다. 경주경찰서가 과연 제대로 된 수사를 했는지도 의문이 들고있다.

경주경찰서는 조사를 마무리 해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으로 송치했다. 6월1일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사건이 이첩돼 지금까지 사건을 조사중이다.

스포츠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 체육계가 아직도 인격모독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최 선수 사건을 보고 받고 "최 선수가 폭력신고를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한 날짜가 지난 4월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아 불행한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정말 문제"라며 "향후 스포츠 인권 관련 불행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숙현 휴대전화 음성녹음(2019년 3월8일) 녹취록.  [자료=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실 제공]
최숙현 휴대전화 음성녹음(2019년 3월8일) 녹취록. [자료=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실 제공]

[대한체육회, 故 최OO 철인3종 선수 사건 관련 성명서]

먼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故 최OO 철인3종 선수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오랫동안 폭력에 방치되어 있던 고인과 헤아릴 수 없이 큰 상처를 입었을 유가족들께 진심 어린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올리며 선수의 고통을 돌보지 못한 점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또한, 스포츠를 아끼고 성원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도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지난해 조재범 빙상 코치의 폭력·성폭력 사건은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던 인권 부재에 경종을 울렸으며 이후 스포츠 인권 향상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져 이에 대한 각종 방책과 노력이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 본 사건을 계기로 사각지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스포츠 폭력에 대한 더 강력한 근절 대책이 절실함을 통감합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스포츠에 있어 인권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다시금 상기하고 스포츠 폭력·성폭력 사건 대책에 대한 개선의 여지를 돌아봄으로써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처를 할 것입니다. 특히 금번 사건의 가해자에 대해서는 7월 6일(월)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중징계로 단호히 처벌하여 다시는 체육계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스포츠 폭력·성폭력에 대하여 조사 및 수사과정 중이라도 즉시 자격정지 및 제명 등 선제적 처벌로 강력한 철퇴를 내리겠습니다. 다툼의 여지는 향후 수사결과로서 명명백백히 밝혀내는 것으로 하고, 조사 및 수사 도중에는 2차 피해에 대비하여 피해자 보호를 제1의 원칙으로 할 것입니다.

둘째, 상대적으로 스포츠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학생 선수 및 실업팀 선수의 폭력·성폭력에 대하여 소속기관(학교·교육청, 지방체육회 등)에서 우선적으로 징계 처분을 하도록 촉구하고자 합니다.

셋째, 무엇보다 강력한 발본색원을 통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의 면면을 철저히 수사하고 책임을 물어 폭력·성폭력의 가해자가 다시는 스포츠계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뿌리 뽑을 것이며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개연성 있는 모든 범위의 수사는 물론, 개인의 문제부터 제도적 허점까지 모두 아우르는 신속하고 합당한 조처가 이루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넷째, 선수들이 있는 모든 현장에 CCTV, 카메라 등 영상수집 장치를 도입하여 사각지대와 우범지대를 최소화하고 경기영상분석에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토록 하겠으며, 훈련 외 지도자와 접촉 시에도 영상기록 등을 통해 선수의 인권침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안전한 환경에서 훈련에 임하도록 할 것입니다.

다섯째, 대한체육회는 올 하반기에 국가대표 선수를 넘어 실업팀 선수, 학생 선수 등을 대상으로 권역별 교육(7~8월)을 실시할 방침이며 스포츠 폭력 근절은 체육인들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고 선수 및 지도자들의 의식을 개선하여 폭력 없는 스포츠 환경을 구축하겠습니다.

대한체육회는 대한민국 스포츠 100주년을 맞는 올해, 그동안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던 스포츠가 다시 한 번 스포츠의 본질적 정신인 정의와 공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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