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제]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 문제는 체육인에게 맡겨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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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제]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 문제는 체육인에게 맡겨 달라!
  • 윈터뉴스코리아
  • 승인 2020.08.2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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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단국대 국제스포학부 교수
강신욱,단국대 국제스포학부 교수

체육은 정치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지방)체육회와 종목단체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역사는 깊다. 지구상의 나라 중 체육회의 역사가 100년 이상인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대한민국의 체육회는 일제의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 결성된 단체였다. 그래서 상해임시정부와 궤를 같이 하는 역사적 무게를 지닌다. 대한체육회가 상해임시정부 수립 이듬해인 1920년에 탄생해서 그런 게 아니라 민족에게 끼친 영향의 정도가 남다르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그래서 대한체육회의 회장은 민족적 비전과 도덕적 자질이 한층 더 요구된다. 왜냐하면 대한체육회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 그리고 “체육인”의 것이므로. 

대한체육회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점은 조직의 개편에 있어서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다. 대한체육회로부터 KOC(대한올림픽위원회)를 분리하자는 목소리가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분리를 주장하는 논리 자체는 귀담아들어만 하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 이슈는 차기 대한체육회장이 선출된 이후에 공론화하여 체육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장단점을 치밀하게 검토한 후에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대한체육회는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저변 확대에 집중하고, KOC는 엘리트스포츠와 국제적인 업무를 관장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국민과 체육인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많으니 고치자는 것과 고쳐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별개의 것이다. 정치권의 설레발이 실제로 그런 모양새다. 이는 마치 방이 지저분하다고 허락도 없이 집안으로 들어와 청소를 서두르는 억지와 다르지 않다. 그건 억지도 아니고 행패다. 체육인들이 불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육인들은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에서 조직의 사유화 혹은 사적 이익의 추구라는 징후에 몹시 언짢다. 나 또한 체육 조직의 사유화에 울분을 토한다. 대한체육회든 KOC든 체육 조직의 주인은 바로 체육인, 체육인이다.

조직의 사유화란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위나 자리를 거래하고 담합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그것에 가장 앞장선 부류가 정치 권력이다. 대한체육회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점은  정치 권력의 간섭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 자신 혹은 계파의 이익에 집착하는 정치 권력의 속성상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는 순수하지 못한 목적에 이용당할 공산이 크다. 설사 KOC가 대한체육회로부터 분리되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더라도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분리를 주장해서는 아니 된다. 왜냐하면 정치권이 설레발을 치면 대한체육회와 KOC의 회장 자리는 논공행상으로 나누어 먹는 정치적 지분이 되고, 함부로 흥정하고 바꿔치기하는 뒷거래의 자리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치를 떨고 적폐를 청산하자고 목소리 높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았던가. 그때 광화문 광장에 모여 외친 체육인의 목소리는 매우 단순하고 정직한 것이었다. ‘체육회의 조직은 체육인의 손으로’ 

대한체육회는 지금 안팎으로 위기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인에게 해법을 맡길 만큼 체육인은 아둔하지 않다. 새로운 수장이 요구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이 위기의 수습 때문이다. 행여 이 위기가 대한체육회에서 KOC를 분리하는 꼼수로 대체되지 않을까 두렵다. 만일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대한민국 체육의 미래는 암담하다. 다시 적폐의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대한체육회에서 KOC를 분리해야 한다는 명분이 훌륭해도 절차가 무시되면 승부조작과 다르지 않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몰아붙이는 행태는 이길 팀을 정해 놓고 싸우는 스포츠 경기와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스포츠가 공정해야 하듯 체육 단체의 운영도 공정해야 한다. 한때 어느 정치인은 체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확실하게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그때 우리는 모두 박수를 쳤다. 하지만 지금 또 다시 체육 조직이 정치인의 권력에 놀아날 위기에 처해 있다. 누가 대한체육회장이 되든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 대한체육회장은 정치인들이 정치적 저울로 딜(deal)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대한체육회와 KOC를 분리하든 안하든, 이 문제는 체육인에게 맡기자. 그러자고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하는 것이다. 제발 정치권은 나서지 말라. 다만 거기에 도달하는 체육인의 플레이가 페어(Fair)한지 아닌지만 지켜봐 달라. 페어플레이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심판은 심판에 충실하고, 선수는 플레이에 집중하고, 대한체육회장은 이런 시스템이 정착하도록 자신의 사익을 모두 던져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잘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번 회장 선거가 그 모범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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