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섭의 스포츠 산책] 홍수환 회장의 KBC 프로테스트 현장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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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섭의 스포츠 산책] 홍수환 회장의 KBC 프로테스트 현장 이모저모
  • 조영섭
  • 승인 2020.10.1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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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환 회장 정선용 사무총장 김재훈 심판장
홍수환 회장 정선용 사무총장 김재훈 심판장

[조영섭의 복싱스토리] 지난 17일 207회 KBC 프로테스트 대회가 구리시 수택동에 있는 파이팅 스테이션 체육관'에서 열려 10여 경기가 펼쳐져 관전을 했다.

지금 한국 복싱은 새천년을 전후해 한국 복싱은 방향감각을 상실한 난파선과 같은 현실이다. 특히 2006년 12월 17일 WBC 페더급 챔피언 로들포 로페즈 를 12회 판정으로 꺽고 지인진이 국내 52번째 세계정상에 오른 후 절멸된 한국산 호랑이처럼 자취를 싹 감췄다. 이런 가운데도 다시 한번 옛 영화를 재현시키기 위해 작은 불씨를 되살리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심정으로 프로테스트 를 개최한 복싱인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일전에 필자는 한국복싱의 현실을 냇가에서 낚시대를 펼친 채 고래잡이를 꿈꾸는 격 이란 표현을 했다. 근거 없는 낙관을 하다 더 큰 위기에 봉착 할수 있다는 있다는 한국복싱의 자화상을 지적한 것이다. 근거 없는 낙관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일명 '스톡데일 패러독스'다.

양선수에게 합격을 선언하는 이정택 국제심판
양선수에게 합격을 선언하는 이정택 국제심판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에 지옥 같은 포로소 수용 생활을 7년 넘게 견디고 살아남은 미국장교이다.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이번 크리스마스에 나갈 수 있다고 믿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때엔 석방될 거라고 기대하고, 부활절이 지나면 추수감사절을 기다리고, 다시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낙관주의자들은 결국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실감에 빠져 하나 둘씩 죽고 말았다. 반대로 스톡데일처럼 이번에도 나가기 힘들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반드시 살겠다는 의지를 다진 현실주의자들은 고국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한국 프로복싱도 냉험한 현실을 직시하고 하나둘 실타래를 풀어가는 차분한 태도를 견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목표가 분명하고 소망이 간절하면 비록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뤄진다. 어느 누군가의 독백처럼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한길을 가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싶기 때문이다.

사업가 김운 회장과 홍수환 회장
사업가 김운 회장과 홍수환 회장

지난 10월 16일은 KBC 홍수환 회장과 사모라와의 인천대첩이 벌어진지 44주년 되는 날이다. 사모라를 꺽기 위해 건물까지 팔아 부족한 대회경비를 조달하면서 챔피언 자모라를 홈링으로 불러들여 설욕을 불태웠지만 12회 KO패로 물러난 안타까운 날이었다. 그런데 이런 의미 있는 날이 소리소문 없이 지나갔다. 필자의 생각으론 7월 4일이나 11월 27일 홍수환이 세계정상에 등극한 날 '연례행사'처럼 기념식을 치루는 것 못지않게 자모라에게 12회 KO패한 76년 10월16일, 리카르도 카르도나 12회 TKO 패한 78년  5월7일, 그런 의미 있는 날 홍수환을 비롯한 권투인들이 모여 왜 경기에 패했고 무엇이 부족했나를 재검토하고 그 패배를 거울삼아 후학들이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로 삼아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내용들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복싱은 근육의 힘 못지 않게 생각의 힘도 간과 할 수 없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문득 역사적으로 AD73년 4월15일 마사다에서 로마군대 에게 참패를 당하면서 나라를 잃고 2천년간 끝없는 유랑생활을 시작한 그날 고엽'苦葉' 을 씹는다는 이스라엘 민족이 생각난다. 그들은 그 쓴 잎사귀를 씹으면서 한마디를 내뱉는다, 용서한다 그러나 잊지는 않는다 'Forgive but not forget', 하지만 우리나라는 8월 15일 광복절은 기념하면서도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강제로 병합된 국치일'國恥日'을 철저히 망각하고 살아가는 민족이다.

유대인 속담에 망각은 포로로 이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 왜냐면 역사는 되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임진왜란을 비롯해 정묘, 병자호란,경술국치, 등 마사다보다 더 쓰라린 경험을 많이 한 민족이다. 다산 정약용의 '비어고'에는 정묘, 병자 호란 때 끌려간 이들이 60만을 넘었다고 기록했고 연려실기술에는 발버둥치며 울부짖으며 끌려가지 않으려는 민중들에게 청나라 군이 채찍을 휘드르며 몰아갔다는 참혹한 글이 실려 있고, 서예 유성룡의 징비록을 보면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사가 먹다 토해낸  음식을 굷주린 백성들이 허겁지겁  주워 먹는 내용이 나온다.  

두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캡틴 체육관 이동포 관장(우측)
두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캡틴 체육관 이동포 관장(우측)

유대인 최대의 명절은 유월절이다. 이날은 이집트의 노예에서 해방되어 모세의 인도로 이스라엘로 돌아온 날을 기념하는 축제의 날이다. 그런데 이 명절날 먹는 음식이 독톡하다. 맛없는 딱딱한 빵으로 과거 이집트에서 노예시절 먹던 빵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먹는다. 또한 식탁에는 쓰디쓴 채소가 나오는데 이걸 씹으면서 노예시절 겪은 지난 굴욕을 되돌아 본다.

각설하고 홍수환을 보면 참으로 드라마틱 한 복서란 생각이 든다. 74년 7월 4일과 77년 11월 27일 WBA 밴텀급과 WBA Jr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모두 적지에서 정상정복에 성공 국내 최초로 두체급 석권에 성공했는데 한번은 4차례의 다운을 시키면서 정상정복에 성공했고, 또 한 차례는 4차례나 링 바닥에 굴러 떨어지면서도 이를 딛고 전세를 역전 정상에 올랐던 복서다,

홍수환회장과 스파링 파트너석종기 (좌측)
홍수환회장과 스파링 파트너석종기 (좌측)

하지만 알폰소 자모라와 리카르도 카르도나와의 벌인 WBA 밴텀급 ,WBA Jr 페더급 타이틀전 에서도 공교롭게도 모두 12회에 KO패 당했던 복서가 또한 홍수환이다. 어느 작가는 햇빛아래서 글을 쓰면 역사가 되고 달빛아래서 글을 쓰면 신화가 된다고  말했는데 홍수환이야말로 한국이 배출한 역대 챔피언 중 역사와 신화가 혼합되어 탄생한 상징성 있는 대표적인 복서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홍수환이 수장으로 있는 현재의 한국 권투 위원회 KBC는 정선용 사무총장과 장철 총무이사 박사출신 김재훈 심판부장이 트로이카를 형성 유기적인 조화를 이뤄 복싱 재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팀워크란 한마디로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기에 조직에는 유명한 사람보다는 유능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유능한 그들의 다양한 생각이 퍼즐처럼 한곳을 향해 집중하면서 맞춰가는 그런 능력이 바로 팀워크인 것이다, 

경기장에 있으니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띈다. 중화동에서 복싱 체육관을 10년째 운영하는 조억기 관장이다. 국내 정상급 실력을 보여줬던 베테랑 복서 조억기 관장은 동양 플라이급 챔피언 출신의 정선용 사무총장과 65년 4월3일생으로 생년월일이 같다. 중요한 것은 83년 중순을 전후해  비슷한 시기에 프로에 데뷔한 두 사람은 83년 9월3일 서로 맞대결을 펼친 인연이 있다.

비슷한 시기인 83년 8월 로마 월드컵 최종 선발전에서 같은 군산 출신의 김광선'동국대'과 황동용'한국유리'이 1회전에서 맞붙기로 되어 있었는데 두사람의 생일이 6월 8일로 같았던 기억이 새롭다. 또한 80년 7월20일 WBA 페더급 타이틀전을 치룬 챔피언 페드로사와 김사왕도 3월 2일로 생일이 같았다. 필자도 63년 12월 24일생으로 동양페더급 챔피언 황재용과 생년월일이 같다.

자유당 시절엔 정치 깡패 임화수가 경무대 경찰서장(현 대통령 경호처장) 곽영주와 1월10일로 생일이 같다는 걸 알고 생일날 요정에서 잔치상을 차린 임화수는 두 살이나 어린 곽영주에게 형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하면서 도원결의'桃園結義'를 맺었고 이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박정희 정권에 의해 61년 12월 21일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비운을 맛본 지나간 비화가 생각난다. 

한편 홍수환의 강의를 들으면서 강한 울림현상으로 내면 깊숙이 전달되는 내용이 딱 하나가 있다. 우리민족은 931번의 외침을 받으면서도 흰옷을 즐겨입는 백의민족이자 평화를 사랑하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 라는 미사여구에 대해 홍수환은 복서출신의 강사답게 칼날 같은 직유법으로 강하고 단호하게 일침을 가한다. 먼저 때려야 이긴다, 그렇게 적극적이지 못했기에 우리민족은 오랜 세월동안 외침의 수난을 반복적으로 겪어왔다, 라는 대목에선 왠지 숙연 해진다. 

우리 민족은 선한 민족이 아니라 약한 민족임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홍수환은 10년의 세월동안 50전의 대혈투를 치루면서 세상에는 승리와 비참함이 사각의 링 위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됨을 오랜 경험으로 터득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 할수 있었다. 군대 에서도 초탄필추'初彈必墜' 는 승리와 직결되는 단어다 ,롱펠로우의 인생찬가 에 이런글 이 나온다 이세상의 넓은 싸움터에서 말 못하며 쫓기는 짐승처럼 벙어리가 되지 말고 투쟁에서 싸워 영웅이 되라, 한국복싱 의 건승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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